어느 날 갑자기 엉덩이 뒷쪽 둔부가 허벅지 뒤쪽이 쑤시고 피부가 뭔가 쓰라린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냥 운동을 좀 심하게 했거나 , 오래 앉아서 생긴 땀띠 근육통이나 피부 트러블이겠거니 했습니다. 그게 두 달짜리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대상포진, 도데체 넌 누구냐..?
대상포진은 어릴 적 수두를 앓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라고 합니다. 수두를 앓고 나서 낫더라도 바이러스(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VZV)는 사라지지 않고 신경절에 조용히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다시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대상포진이라고해요.
저같은 경우 30대이고, 항생제와 장염이 반복되다가 이렇게 증상이 발병했습니다. 술을 자주 먹거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대 또는 30대도 흔하게 걸리는 질병이라고 하더라구요.
제주변엔 얼굴(눈주변에) 걸려 잘다니던 직장까지 휴직하고 1년이상 쉬었던 친구도 있을정도로 안면부에 오는 대상포진은 치명적입니다.
50대 이상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는 연간 70만 명 이상이 진료를 받는 흔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중기 단계 -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증상이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 사진 혐주의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은 교과서와 거의 똑같이 진행됐습니다.
1단계 — 통증과 감각 이상 (발진 전) 가장 처음 느낀 건 피부 표면이 따갑고 쑤시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엔 허벅지 뒷쪽 엄지손가락 만하게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옷이 닿기만 해도 불편했고, 자다가 이불이 스치는 것도 신경 쓰일 정도였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첫번째 사진처럼 빨갛게만 올라오고, 발진이 없으니 대상포진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2단계 — 발진과 수포 출현 며칠 후 몸 한쪽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좁쌀만 한 물집이 무리 지어 올라왔고, 이게 허리와 옆구리를 따라 띠 모양으로 번졌습니다. 대상포진의 특징인 편측성 (저의 경우 왼쪽만 생기는) 발진이었습니다. 이 시점에 피부과로 달려가 약처방을 받고 주사를 맞았습니다. 아시클로버를 열심히 발랐는데 이땐 너무 늦었죠
대상포진의 피날레 단계 - 이때의 통증이 극에다다른다.
3단계 — 수포 악화 및 통증 극대화 수포가 커지고 터지면서 진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은 이 시기에 가장 심했는데 , 다들 칼로 베이는 느낌이라고하는데, 그것보다 더 심한 통증은 두들겨 맞아 멍든것 같은 통증 + 불로 지지는 느낌이 동시에 왔습니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고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다 계속 깨고 자도 개운한 느낌이 없었어요.
와이프가 임신중이였다.
당시, 만삭이였던 와이프
와이프에게, 수포로 혹시나 전염되는것 아닌가해, 될 수 있으면 옷은 계속 입고 자고 수포가 터질때 까지 접촉을 엄청 조심했어요.
4단계 — 딱지와 색소침착 약 2~3주 후 수포가 점점 가라앉으면서 검정색 딱지로 변했습니다. 피부 발진은 서서히 가라앉았지만, 통증은 발진이 다 나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소 2달은 간것같아요.
한달정도 지난 왼쪽 다리 사진 , 이때까지만 해도 미세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아시클로버를 먹었는데 왜 소용이 없었을까요
병원에서 처방받은 건 아시클로버(Acyclovir) 경구제였습니다. 항바이러스 약이니까 먹으면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만큼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상포진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발생 후 72시간(3일) 이내에 복용해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가장 큽니다. 미국 CDC와 국내 치료 가이드라인 모두 이 원칙을 강조합니다.
이 시간을 넘기면 항바이러스제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고해요.
또한 아시클로버 경구제는 하루 5회, 한 번에 800mg씩 복용해야 하는데 복용 횟수가 많다 보니 순응도가 낮습니다. 발라시클로버(발트렉스)나 팜시클로버(팜비어)는 하루 3회 복용으로 편리하고 비슷한 효과를 내는 대안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연고 형태의 아시클로버는 대상포진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단순포진(입술 물집 등) 전용이며 대상포진에는 경구제나 정맥 주사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황금 치료 시간
발진 발생 후 72시간 이내
아시클로버 경구 용량
1회 800mg, 1일 5회, 7~10일
대안 약제
발라시클로버(1일 3회), 팜시클로버(1일 3회)
연고 아시클로버
대상포진에는 효과 없음 — 경구제 필수
중증 면역저하자
정맥 주사 아시클로버 권장
진짜 악몽은 포진 후 신경통이었습니다
피부 발진이 가라앉았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심하면, 흉터도 남아요.
저는 허벅지 뒤쪽 엉덩이 쪽에 걸렸는데, 어느정도 수포가 진행된 다음부턴 걷는게 힘들어, 여행중에도 쩔둑거리며 걸었습니다
얼굴에 걸린 분들은 안면마비 , 심각하면 시력 손상까지 이어질수 있어 얼굴에 수포가 나기 시작했다면 , 지체없이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포진 후 신경통(PHN, Postherpetic Neuralgia) 입니다. 발진이 사라진 후 1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대상포진 후유증 중 가장 흔하고 심각합니다.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대상포진 환자의 20~50%가 6개월 이후까지도 통증을 경험하며, 70세 이상은 절반 이상에서 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PHN 환자의 약 48%에서 1년 후에도 통증이 남아 있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통증의 양상은 정말 다양합니다.
칼로 찌르는 듯한 예리한 통증, 묵직하게 짓누르는 심부 통증, 옷이나 이불이 스치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이질통, allodynia), 벌레가 기어다니는 이상 감각, 전기가 통하는 듯한 찌릿한 느낌이 한꺼번에 또는 번갈아 나타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 진통제로는 거의 조절이 안 됩니다. 실제 치료에는 가바펜틴 같은 항경련제, 삼환계 항우울제, 리도카인 패치, 심한 경우 마약성 진통제까지 동원됩니다. 통증이학과나 마취통증의학과에서의 신경차단술, 경막외 블록 시술도 적용됩니다.
두 달을 버티며 배운 것들
처음부터 빨리 병원에 갔어야 했습니다.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했다면 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부가 이상하게 따갑거나 멍들고 두들겨 맞은것 같은 이상한 국소 통증이 오면, 물집이 없어도 즉시 병원으로 달려가길!
그리고 회복 기간 동안 면역력 관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찾아오는 병인 만큼,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영양 섭취가 회복 속도에 직결됩니다.
대상포진 백신, 꼭 맞아야하나?
대상포진 백신을 맞고나서도 걸리는 케이스가 더러 있지만
그래도 수두를 앓은적 있다면, 무조건 맞는걸 추천드려요
국내에서 사용되는 백신은 세 종류가 있습니다.
백신종류접종 횟수대상
싱그릭스 (GSK)
재조합 사백신
2회 (2~6개월 간격)
50세 이상
조스타박스 (MSD)
생백신
1회
50세 이상
스카이조스터 (SK)
생백신
1회
50세 이상
싱그릭스는 2회 접종이 번거롭지만 예방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대상포진을 앓은 경우에도 발병 후 약 1년 이후 접종이 권고됩니다.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50세 이상이라면, 아직 맞지 않으셨다면 지금 바로 접종을고려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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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후기이며, 진단 및 치료는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